획일적이고 섣부른 규제는 독이 되어 돌아온다
혁신벤처단체협의회(이하 ‘혁단협’)는 최근 티몬·위메프 사태로 촉발된 정부의 이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획일적 규제 논의의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금번 사태의 본질적 원인은 티몬, 위메프의 무리한 경영과 정산대금을 관리하는 PG사(전자지급결제대행업) 및 에스크로(결제대금예치업) 사업자의 전자금융감독규정(전자금융업자 경영지도기준) 위반 등에 있다.
즉, 이번 사태는 특정 기업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경영실패와 PG사 등의 전자금융감독규정 위반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 이커머스 업계 전반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이번 대책은 문제의 본질과는 동떨어져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이커머스의 정산주기를 대규모유통업자보다 짧게 설정한 ‘단축 정산기한 규정’을 도입하고, 이커머스와 PG사의 ‘판매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예고했다.
만약 이러한 정부의 획일적이고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발생하는 이커머스 업계에 미칠 부정적 파장은 향후 또 다른 문제를 연쇄적으로 일으킬 것이다.
➊ 먼저, 정산기한 단축과 관련한 무리한 규제 도입은 기업의 현금유동성을 악화시켜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게 될 것이다.
과도한 정산기한 단축은 다양한 정산방식 제공이 어렵게 되어 일일 정산 및 송금에 따른 비용부담이 급격하게 증가될 것이며, 새로운 정산 시스템 개발 및 운용 비용을 증가시켜 대·중견기업을 제외한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경우 자금부담이 가중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확보한 유동성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재투자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획일적이고 과도한 정산주기 단축은 기업들이 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하여, 결과적으로 시장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➋ 판매대금 예치·신탁‧지급보증보험 의무 규정의 신설은 업계의 경영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결제대금 별도 예치가 합리적 수준을 넘어 판매대금의 전부 또는 과도한 비율로 제3기관에 예치‧신탁을 강제하는 과도한 규제가 도입될 경우,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벤처‧스타트업을 포함한 업계 전반의 현금 유동성은 급격히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C커머스 사업자들의 국내 시장 진출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들의 사업환경을 악화시켜 제2, 제3의 티메프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일부 기업들은 에스크로 규제가 생기면 “팔, 다리가 모두 잘린 채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꼴”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더불어, 전자금융업자들의 경우 전자지급결제대행과 관련된 정산업무가 제한되기 때문에 빠른 정산 및 매출채권담보대출 등이 곤란해지고, 동시에 혁신금융서비스에 대한 투자 자체도 위축시켜 혁신금융시장의 성장을 가로막을 공산이 크다.
➌ 따라서, 금번 티메프 사태의 본질과는 관련 없는 과도하고 획일적인 규제 도입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본 사태의 본질은 PG사와 에스크로사의 안전한 정산대금 관리 부족과 개별기업의 방만 경영 및 재무건전성 기준 미흡에 있기 때문에,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의 ‘경영지도기준’을 준수하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적절한 제재수단 마련 등 현 제도 내에서 집행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적절하다.
정산주기 도입, 에스크로 의무화 등 새로운 규제의 도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섣불리 규제를 강화할 경우 자금경색 및 유동성 악화로 인해 중소 이커머스 기업들은 당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것이고, 이는 소비자 편익 저해로 이어져 결국 국가경제 전체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국내 플랫폼과 글로벌 플랫폼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결과이고, 시장경쟁에 맡기는 것이 최선의 산업정책이다.
따라서, 현 제도 내에서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보완하되, 새로운 규제의 도입으로 우리나라 혁신 플랫폼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4. 8. 26.
혁신벤처단체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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